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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결혼기념일에 먹은 것 부부가 하나의 유기체라면 우린 이제 미운 네살을 지나 의젓한 다섯 살이 되는 셈이다. 더보기
부산에서 노트북하기 도저히 부산에 직접 가질 않으면 해결이 안날 것 같은 원고가 하나 있어 주섬주섬 짐 싸서 KTX에 몸을 실었다. 마감이 코앞인 원고들도 함께. 더보기
2024년 2월 일기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데 하필 지금은 일을 할 시기인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고, 잘 쉬지는 못했다.. 라고 쓰는게 몇 개월 째 똑같네. 물 들어올 때 노젓느라 평소처럼 집밥을 챙겨먹진 못했지만 그래도 몇 장 남겨본 2월 기록. 주말 점심 한끼는 어쩐지 꼭 파스타를 해먹어야할 것 같다. 브로콜리소시지 그리고 브로콜리참치 조합도 무척 좋았고, 이제 그 자리를 냉이가 넘겨받았다. 봄나물이 나오면 이렇게 저렇게 파스타 해먹을 생각에 설렌다 가끔 내가 보내고 있는 어떤 순간이 액자 속 장면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저 순간이 딱 그랬다. 이 날은.. 남편이랑 모처럼 읍내(=합정)까지 나가서 서점도 가고 카페도 가고 그랬던 날이다. 햇볕이 무척 좋았고, 각자 가져온 .. 더보기
2024년 1월 일기 숨고르는 1월, 클라이언트 업무는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나만 잘하면 되는 태스크 업무를 주로 하며 보냈다. 늘 이 정도의 호흡으로 살고 싶다고 줄곧 생각했다. 더보기
프렌즈를 십 수번 정주행 하니 보이는 것들 프렌즈를 처음 본 내 나이 열일곱. 그 뒤로 열일곱 해가 더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프렌즈를 본다. 1. 챈들러는 좋은 배우자다.남편으로서의 챈들러는 자신의 단점에 솔직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하며, 가정에 충실한다. 제일 높이 평가하는 덕목은 사랑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 언변이 뛰어나다는 것과는 좀 다른 결인데 이것도 솔직함과 연결되는 것 같다. 그의 부드러운 솔직함은 상대에게 사랑받는다는 충만함을 느끼게 한다. 닮고 싶다!2. 여섯을 둘셋씩 묶으면 나름의 다이내믹이 있다. 제일 재밌는 건 조이-챈들러-모니카의 관계. 조이의 룸메이자 사실상의 부양자였던 챈들러가 모니카와 결혼하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흡사 부모 자식 관계로 확장된다. 교외로 이사 갈 집에 조이의 방을 마련해준다거나, 털사.. 더보기
2024년의 깊이 올해가 작년과 비슷하기를 바라며 시작하는 새해는 정말 오랜만이다. 어쩌면 처음일지도? 요 몇 주 간 다이어리를 펼치고 새해 결심 비슷한 것을 적어 내려가려다가 곧 포기했다. 새로운 것을 기웃거리기보다는 내 안에 이미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야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꽤 오래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교양이란 내 머릿속 도서관에 꽂힌 각각의 책 속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 문장이 내내 약간의 부채 의식처럼 한편에 남아있었다. 어디서 본 것,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하는 시늉만 해본 것은 많지만, 깊게 그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 계속해서 눈길이 가고 마음이 머무는 몇 가지 관심사를 차분히.. 더보기
2023 best 2023년을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것은 단 하나,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 것. 그 다짐을 기가 막히게 지키면서 잃은 것(=시간)도 얻은 것(=돈)도 많았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다고 믿는 편인데 지금은 일을 열심히 하는 시기라고 합리화하기로 했다. 바꾸어 말하면 남편과의 관계도, 가족들도, 건강도 대체로 안녕했다는 이야기. 그리하여 2024년도 2023년과 같기를 바란다. 올해의 구매 물건이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걸 실감했다. 소파, 오븐, 가습기를 들이고 든 생각이다. 소파를 들이니 집이 더 넓어보이고, 오븐이 생기니 요리의 폭이 넓어졌다. 겨울이면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브루네 가습기 덕에 코와 목이 아주 평화롭네. 좋은 소비는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이 명제를 새삼 실감한다. 다음 후보는 에어로치노 되겠.. 더보기
2023년의 스텝밀 일년 넘게 수프 가게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다.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 다섯 시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고독한 프리랜서에게 소중한 리프레시가 된다. 피크 타임 때는 한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바쁘지만 촘촘하게 붙어있던 빌지를 다 해결하고 나면 소소한 성취감도 들지. 오픈 직전 사이드로 판매하는 작은 치아바타 빵을 따뜻하게 토스트해서 여러 소스와 채소를 조합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건 나의 소중한 루틴이다. 아침을 먹어야 일할 수 있는 서른 중반 이모님의 수프가게 스텝밀 모음 더보기
10월 가을 일기 늦게나마 올려보는 10월 리캡. 사진첩엔 가을빛이 가득했다. 더보기
가을에 굽는 세 가지 케이크 | 단호박, 바나나, 사과 집순이를 더 집순이로 만든 촉촉한 가을 케이크 혹은 브레드의 레시피가 우리집 버전으로 완성됐다. 이마트에서 산 13x13x4.5cm 사각 케이크 들에 꼭 맞는 분량으로, 현미유와 그릭요거트를 넣어 무척 촉촉한 것이 특징..🤍 같은 반죽에 기분 따라 (팬트리 사정에 따라) 바나나와 사과 단호박을 넣어 굽는데, 개인적으로는 단호박이 제일 좋았다.. 단호박을 오븐에 느긋하게 구워내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하지만 말이다. 주말에 그나마 외출하는 이유가 동네 디저트 가게였는데 그마저도 집에서 만들어먹으니.. 나갈 일이 없었던 10월의 주말의 기록이자 레시피 보관용 포스팅. ~모든 재료는 실온에 둔 것~ 1번 볼 액체류 재료를 순서대로 넣으면서 잘 섞이게끔 거품기로 충분히 저어준다. 믹서까지 사용할 필요는 x - 실온.. 더보기
시드니에서 생일데이트 | Yellow와 Ace hotel 자연을 좋아하는 남편과 도시가 편한 나. 새로움을 좇는 남편의 여행과 익숙함을 찾는 나의 여행. 그 교집합을 찾다보니.. 숙소를 매일 옮기게 되었다.(?) 덕분에 다양한 에어비앤비와 동네에 머물게 된 건 좋았지만 그래도 짐을 싸고 푸는 고단함은 어쩔 수가 없어서 마지막 숙소는 편한 호텔을 예약했다. 여행 막바지엔 내 생일이기도 해서 야무지게 데이트 코스를 준비했다. 생일이니까 내 맘대로! 에어비앤비가 호스트 할머니의 귀여운 댕댕이 Sol. 저렇게 애잔하게 쳐다보다가 공을 물고 와서는 같이 놀아달라고 조르면 내 마음이 녹았고.. 하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건 할머니가 키우시는 고양이. (할머니: she is the worst cat I've ever met) 처음 만났을 땐 우리한테 눈길도 안주더니 아침에 .. 더보기
멜버른에서 그로서리 쇼핑 | Terra madre와 퀸빅토리아마켓 여행 재미의 팔할은 그로서리 쇼핑, 그래서 호주는 완벽한 여행지였다. 마트와 마켓에서 채소와 과일을 실컷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내 머릿속 팬트리가 풍성하게 채워지는 기분이다. 멜버른에서 보낸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부지런히 발품 팔아 다닌 두 곳의 그로서리 쇼핑의 기록. @Grower's espresso 본격적인 쇼핑에 앞서 소이 라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새벽 여섯 시면 눈이 번쩍 떠졌는데 일찍부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건 커다란 즐거움..☕️ 마시는 소이 라떼마다 텁텁하지 않고 어찌나 꼬소한지 @Terra Madre 우리는 노스코트라는 동네에 있는 매장에 다녀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말할 수 없이 바쁜' 멜버른의 유기농 식료품점이다.. 정말 바쁘신지 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