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몇 가지 장면. 샌디에고, 휴스턴, 뉴저지, 그리고 뉴욕에서 보낸 25박 26일. 더보기 부산 2박 3일 이박 삼일을 잘 보내고 돌아온 우리 집 침대에선 이불 촉감이 아주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뿐인가. 늘 그 자리에 있는 거실 소파의 묵직함, 어디에 있는지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부엌의 모카포트와 원두, 하루의 시작처럼 틀어두는 nba 경기 중계 사운드도 마찬가지. 익숙한 것들이 생경해지고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여행의 순기능 아닐까? 나 같은 집순이에게 집에 있어야 할 명분을 만들어주니 말이다.나.. 내년에 미국 여행 갈 수 있을까 더보기 전주 2박 3일 전주 영화제는 여러번 다녀왔지만 폐막식 무렵은 또 처음이라. 더보기 부산에서 노트북하기 도저히 부산에 직접 가질 않으면 해결이 안날 것 같은 원고가 하나 있어 주섬주섬 짐 싸서 KTX에 몸을 실었다. 마감이 코앞인 원고들도 함께. 더보기 시드니에서 생일데이트 | Yellow와 Ace hotel 자연을 좋아하는 남편과 도시가 편한 나. 새로움을 좇는 남편의 여행과 익숙함을 찾는 나의 여행. 그 교집합을 찾다보니.. 숙소를 매일 옮기게 되었다.(?) 덕분에 다양한 에어비앤비와 동네에 머물게 된 건 좋았지만 그래도 짐을 싸고 푸는 고단함은 어쩔 수가 없어서 마지막 숙소는 편한 호텔을 예약했다. 여행 막바지엔 내 생일이기도 해서 야무지게 데이트 코스를 준비했다. 생일이니까 내 맘대로! 에어비앤비가 호스트 할머니의 귀여운 댕댕이 Sol. 저렇게 애잔하게 쳐다보다가 공을 물고 와서는 같이 놀아달라고 조르면 내 마음이 녹았고.. 하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건 할머니가 키우시는 고양이. (할머니: she is the worst cat I've ever met) 처음 만났을 땐 우리한테 눈길도 안주더니 아침에 .. 더보기 멜버른에서 그로서리 쇼핑 | Terra madre와 퀸빅토리아마켓 여행 재미의 팔할은 그로서리 쇼핑, 그래서 호주는 완벽한 여행지였다. 마트와 마켓에서 채소와 과일을 실컷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내 머릿속 팬트리가 풍성하게 채워지는 기분이다. 멜버른에서 보낸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부지런히 발품 팔아 다닌 두 곳의 그로서리 쇼핑의 기록. @Grower's espresso 본격적인 쇼핑에 앞서 소이 라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새벽 여섯 시면 눈이 번쩍 떠졌는데 일찍부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건 커다란 즐거움..☕️ 마시는 소이 라떼마다 텁텁하지 않고 어찌나 꼬소한지 @Terra Madre 우리는 노스코트라는 동네에 있는 매장에 다녀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말할 수 없이 바쁜' 멜버른의 유기농 식료품점이다.. 정말 바쁘신지 제품.. 더보기 괴산 가을엔 지천이 붉거나 주황빛이라고만 생각했는데 10월 초 괴산의 색은 좀 달랐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나 쨍한 햇빛에 빛나는 초록이 담긴 가을 괴산의 색. 더보기 제천 기분전환의 목적으로 찾은 제천에서도 기분을 전환하진 못했지만 싱그러운 초록과 귀여운 동물들을 마음껏 만나고 온 걸로 위안을 삼는다. 여행에서 어떤 목표를 세우면 거기에 매몰된 나머지 그것을 달성하는데 실패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어서, 새로운 상황과 장면들을 자주 마주했고 그중에서도 이곳에 터를 잡은 재야의 부자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구경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게 좀 재밌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시간은 아무래도 남편이랑 숙소 마당에 누워있던 볕 좋았던 둘째날 오후. 결과도 이미 알고 있던 골스와 멤피스의 경기를 한참 보다가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 떡볶이를 끓여서 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텃밭 채소를 듬뿍 넣어 저녁을 해결했다. 외부의 자극 없이 오롯이 우리 둘만 있었던 순간. 그건 우.. 더보기 경주 경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석굴암 본존불의 불그스레한 입술도, 석가탑의 고매함도, 갓 구워져 나온 황남빵을 베어물었을 때 흘러내리던 찰진 팥앙금도 아닌..같이 일하던 대행사 팀장님으로부터 장문의 카톡이었다. 문무대왕릉으로 향하던 차안이었나, 갑작스레 마주한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고 좀전까지 하하호호 웃던 내가 울고 있으니 운전하던 남편은 당황하고.. 중요한만큼 고달팠던 하반기 두 편의 영화를 함께한 그녀는 같은 온도로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고마운 사람이다. 나의 마지막 근무날 따로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는데 (라기엔 같이 술을 마셨다..) 이왕이면 멋지게 연락하고 싶었다며 새해 첫 날 이렇게 장문의 카톡으로 그 마음을 전해온 것이다. 괴롭고 지난했던 작년 .. 더보기 강릉 열번도 넘게 왔던 강릉인데 이번엔 몹시 새롭게 느껴진 까닭에 대해 생각해봤다. 짙은 초록과 바다의 파랑 속에서 무뎌졌던 감각이 새롭게 충전되는걸 느꼈고, 업의 본질에 충실한 공간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살게 될 모습을 그려보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나는 이번 여행으로 so inspired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보기 파주 합정에서 버스타고 25분 거리, 그러니까 집에서 남편 회사보다 더 가까운 파주에 다녀왔다. 드라이브로 몇 번 가보았지만 하룻밤을 보내고 오는 건 또 느낌이 달랐는데 이번 일박 이일은 여행보다는 워크샵 같았다. 둘의 대화보다는 각자 몰입해서 책을 원없이 많이 읽고 와서 그렇다. 지혜의 숲이 좋았던 이유는 서점과는 다르게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권의 책들이 분야별이 아닌 출판사별로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든 음악이든 출판이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누군가의 취향과 관심사가 반영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한데 모여있으니 더욱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결과물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얼굴을 알 수 없는 누군가들의 치열했을 의견교환의 흔적을 상상해보는 일이 재밌다. 실무진들이 불쌍하다는 동질감도.. 더보기 울릉 울릉도 여행을 요약하면 불편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경관을 눈에 가득 넣어온 이박 삼일이었다. 갈매기가 주인인 섬에 잠시 머물다 왔다고 표현하는 것도 좋겠다. 공항을 비롯해 지금 한창인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있겠지. 당연히 주인도 바뀌어 있을테고. 우리는 우리가 머물다 간 자리가 티나지 않기를 바랐다.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