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의 목적으로 찾은 제천에서도 기분을 전환하진 못했지만 싱그러운 초록과 귀여운 동물들을 마음껏 만나고 온 걸로 위안을 삼는다. 여행에서 어떤 목표를 세우면 거기에 매몰된 나머지 그것을 달성하는데 실패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어서, 새로운 상황과 장면들을 자주 마주했고 그중에서도 이곳에 터를 잡은 재야의 부자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구경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게 좀 재밌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시간은 아무래도 남편이랑 숙소 마당에 누워있던 볕 좋았던 둘째날 오후. 결과도 이미 알고 있던 골스와 멤피스의 경기를 한참 보다가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 떡볶이를 끓여서 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텃밭 채소를 듬뿍 넣어 저녁을 해결했다. 외부의 자극 없이 오롯이 우리 둘만 있었던 순간. 그건 우리 집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긴 하지.. 그래서 기분을 전환할 수 없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