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석굴암 본존불의 불그스레한 입술도, 석가탑의 고매함도, 갓 구워져 나온 황남빵을 베어물었을 때 흘러내리던 찰진 팥앙금도 아닌..같이 일하던 대행사 팀장님으로부터 장문의 카톡이었다. 문무대왕릉으로 향하던 차안이었나, 갑작스레 마주한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고 좀전까지 하하호호 웃던 내가 울고 있으니 운전하던 남편은 당황하고..
중요한만큼 고달팠던 하반기 두 편의 영화를 함께한 그녀는 같은 온도로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고마운 사람이다. 나의 마지막 근무날 따로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렸는데 (라기엔 같이 술을 마셨다..) 이왕이면 멋지게 연락하고 싶었다며 새해 첫 날 이렇게 장문의 카톡으로 그 마음을 전해온 것이다. 괴롭고 지난했던 작년 한 해도 더러운 먼지를 탈탈 털었더니 이렇게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따뜻함이 숨어있었다. 다 털어내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이지만. 먼지털이에 여념없었던 경주에서의 삼박 사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