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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out

미국 여행 몇 가지 장면.

샌디에고, 휴스턴, 뉴저지, 그리고 뉴욕에서 보낸 25박 26일.



유선과 같은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그녀가 본인은 프리미엄석을 예약했다는 사실을 출국 전날에야 얘기해주는 바람에 우리는 마치 설국열차 꼬리 칸과 앞 칸처럼 떨어져 비행을 했다. 처음 타 본 에어프레미아는 이코노미석 레그룸도 널찍하고 몹시 만족했다. 기대 안 하고 주문한 작은 화이트와인 보틀이 맛있어서 야금야금 마시며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영화도 보고 잠도 잤더니 금세 도착한 미국. 엘에이에서 샌디에고로 가는 우버에 핸드폰 놓고 내렸으나 스윗하신 기사님 덕분에 무사히 찾을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빼놓을 수 없겠고

 

샌디에고에서 머문 엿새 동안 친구가 출근하는 날엔 나도 함께 학교에 가서 부지런히 일을 했다. 일을 많이 한 게 싫기만 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내심 완벽한 오프보다는 적당한 균형, 이를테면 휴가와 의무의 밸런스 같은 것이 필요했다.

 

남편과 만난 뉴욕에서도 어김없이 저녁 7시면 출근을 했고

 

휴스턴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놀아주지 않아 심통난 친구의 강아지.

 

다시 사진은 샌디에고로 돌아와서. 리틀 이태리에 있는 숙소로 들어가는 내 친구 김박사의 뒷모습이다.

 

샌디에고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 Athenaeum Music & Arts Library. 너무 좋았던 나머지 두 번 방문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열람만 한다면 나 같은 관광객도 입장할 수 있다. 음악, 미술과 관련된 도서가 서가에 빼곡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요즘 관심이 가는 조 브레이너드에 대한 재밌는 책을 읽었고, 콘란 할아버지가 쓴 The Kitchen book이라는 흥미로운 도감을 발견해서 한참 읽다가 아마존에서 주문까지 해버렸다.

 

가까운 곳에 있던 MCASD도 방문했다. 1950년대 이후의 미술 작품이 전시된 곳으로 뉴욕에서 모마나 멧을 관람하기 전에 가볍게 훑어볼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좋았다.

 

매일 해무가 가득했던 샌디에고의 해질녘. 유선은 나에게 푸른 바다의 수평선을 보여주고 싶어했지만 안개 가득한 바닷가도 나름 운치 있었어

 

이제 휴스턴으로 넘어와서 - 이곳에서의 일과는 하루 두 번의 산책과 식사, 그리고 성실한 근무로 꽉 채웠다. 커다란 오크나무가 우거졌던 산책길도 너무 좋았지. 비싸고 예쁜 남의 집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고.

 

강아지들과 이렇게까지 밀착해서 일주일을 꽉 채워 보낸 건 처음있는 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충만한 시간이었다. 나는 확신의 고양이파인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어.. 보드라운 털의 감촉과 중독성 있는 꼬순내가 아직도 생각난다. 킁킁

 

인간을 위한 두 잔의 음료와 댕댕이들을 위한 한 잔의 pup cup을 사서 넓은 잔디밭으로 공놀이하러 가던 길. 원래 오토와 오리는 뒷좌석 담당이지만 오리가 안넘어가겠다고 뻐팅기는 바람에 내 품에 폭 안겨서 드라이브를 했다. 🥹



바쁜 마감을 끝내고 모처럼 여유가 생긴 어느 오후엔 혼자 슬슬 걸어서 미술관에 다녀왔다. MCASD보다는 방대했으나 이후 방문한 뉴욕의 두 미술관보다는 깊이가 덜했던 전시. 그래도 쭉 훑어보기엔 좋았다.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도 좋았고.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친구들과 내내 붙어있다가 도시 간 이동하는 비행기에 홀로 앉아 있으니 모처럼 고독이 밀려왔는데 그게 싫지는 않았다.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를 곱씹으며 다이어리 몇 줄 적다 보면 금세 다음 도시에 도착.

 

뉴욕에서 만난 내 강아지.

 

이 날은 남편과 MET에 가기로 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센트럴 파크에 그냥 주저 앉아버렸다.

 

포트리와 맨하탄을 잠시 떠나 이박 삼일동안 롱아일랜드 동쪽 끝자락의 그린포트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머물렀다. 동네 구석구석이 모두 아기자기하고 무척 귀여웠고, 숙소 앞에 프라이빗 비치가 있어서 산책도 하고, 일광욕도 하고, 책도 읽고 그랬다. 꿈같았던 시간들.

 

이날은 감기 기운이 있어 낮잠을 조금 자고 일어나서 남편이 사다 준 뜨끈한 수프랑 샐러드랑 윙을 먹었다. 덕분에 금세 회복했지

 

뉴욕공립도서관의 본관 건너편의 별관을 우연히 들어갔는데 보고 싶은 책이 무척 많아서 황홀했다. 책 읽는 남편의 모습 몰래 찍어두기.
The Checkered Tablecloth. 이번 여행에서는 피에르 보나르 그림에 푹 빠졌다. 교보에서 도감을 사다가 천천히 읽어보면서 그의 그림이 왜 좋은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고 있다.

숙소 근처 트레이더조에서 비타민 충전을 위한 장보기.
처음 먹어보는 구스베리! 무척 신기하고 맛있었다. 맛은 사과 또는 딸기랑 비슷한데 식감은 블루베리.
뉴욕공립도서관 본관에서 본 뉴요커 100주년 전시가 무척 흥미로웠다.

 

뉴저지 이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언니가 차려준 밥상. 된장국 꼬박꼬박 챙겨 먹은 덕분에 긴 여행에도 체력이 딸리지 않았지

 

우리가 뉴욕에 온 이유. 닉스와 피스톤즈의 플레이오프 직관! 본인들 피셜 The most famous stadium이라고 말하는 당당함. 스테이플스 센터와 모다 센터에 이어 방문한 세 번째 nba 경기장이었는데 실제로 가장 부내났다.

 

농구 보러 가기 전엔 남편이 혼자 뉴욕 출장 왔을 때 왔다는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쉐이크쉑을 먹었다. 공원 테이블에 삼삼오오 자리잡은 사람들로 빼곡해서 괜히 우리까지 달뜬 마음. 패티도 맛있었지만 치아에 부드럽게 달라붙는 번은 한국에서 먹은 그것과 너무 달랐다. 같이 먹은 감자튀김도 맛있었고.. 쉐이크쉑이 SPC 고소해도 할 말 없을거다.
세 번의 밤을 보냈던 에이스호텔 브루클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뷰는 오래도록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의 뒷모습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