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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out

부산 2박 3일

이박 삼일을 잘 보내고 돌아온 우리 집 침대에선 이불 촉감이 아주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뿐인가. 늘 그 자리에 있는 거실 소파의 묵직함, 어디에 있는지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부엌의 모카포트와 원두, 하루의 시작처럼 틀어두는 nba 경기 중계 사운드도 마찬가지. 익숙한 것들이 생경해지고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여행의 순기능 아닐까? 나 같은 집순이에게 집에 있어야 할 명분을 만들어주니 말이다.

나.. 내년에 미국 여행 갈 수 있을까

이번 여행에는 새로 선물받은 텀블러를 데리고 갔다. 내가 커피 사는 동안 남편이 골라온 샌드위치로 시작하는 기차 여행 - 하나는 본인이 먹고 싶은 거, 하나는 내가 좋아할 것 같은걸로 골라왔다고. 탁월한 선택이셔요



겨울왕국 같았던 서울을 떠나 마침내 도착한 부산 해운대바다 - 삼일 내내 날씨 요정이 함께해준 덕분에 겨울 햇살을 만끽하고 왔다.
안녕?
첫 끼는 엄용백 돼지국밥. 내가 알던 돼지국밥과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순대국보다는 라멘에 가까운 맛이라고 해야하나. 깔끔하고 시원하고 감칠맛이 좋았다. 사진보니 또 먹고싶네..
체크인 시간 기다리며 숙소 앞에 있던 조현화랑도 슥 구경하고 - 사진에 담긴 저 작품은 또 다른 느낌
남편은 잠시 낮잠을 나는 잠시 밀린 일을 타닥타닥 처리하고
전포에 이재모 피자 먹으러 왔다 !
부산의 젠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넓은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렸을 적 자주 가던 피자몰도 생각나구. 단호박 샐러드랑 초록색 푸딩 있던 미피 샐러드바도 생각났다. 아. 물론 피자도 무척 맛있었다. 치즈로 가장자리까지 꾹꾹 채운 크리스트는 최고야
음악감상실 가서 한 잔 씩 홀짝거리며 음악도 듣고
이 날의 신청곡 빌런이었던 남편..
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나



둘째 날 아침은 단팥죽으로 시작했다. 계피가루 톡톡 뿌려 먹으면 더 맛있지
빛이 좋았던 달맞이고개에서 커피 마시며 바다멍
나는 꼬수운 라떼를
남편은 어김없이 티를-
이사갈 집에 넓은 직사각형 테이블을 두고 싶어서 찾아보고 있는데, 요즘 유행이 아닌건지 죄다 라운드 테이블이더라
지민을 찾아라
둘째날 점심도 돼지국밥.. 헤헤.. 이 날은 수변최고돼지국밥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돼지국밥에 좀더 가까운 맛.
남편이 염원하던 씨앗호떡도 사먹구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왔다.
두 뺨은 겨울 바람에 차갑고 온 몸은 따뜻한 물에 노곤하게 잠겨 있고... 둘만의 오붓했던 시간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본 광안대교 야경
궁금했던 스시 집에서 오마카세 디너
미나리와 쪽파를 넣고 돌돌 말아 소스에 푹 적셔 먹는 복어 요리
살살 녹고요
참치 뱃살 외 수 가지의 초밥과 함께 행복했던 저녁
올해 첫 딸기! 후식으로 예쁘게 내어주셨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맛있는 와인과 케이크를 먹으며 피의게임 보기



호텔에서 노트북으로 보는 남의 팀 경기
마지막 해운대 산책도 여유롭게 -
바다마루 전복죽집에 웨이팅 걸어놓고 커피 한잔 호로록 하고 와서 맛있게 먹었다. 고소하고 든든한
맡겨둔 짐 찾으러 다시 호텔로 가는 길 - 여전히 사람들은 저마다 겨울 바다를 즐기는 모습이었고
신발원에서 꽈배기랑 공갈빵 그리고 갓 튀긴 군만두 포장해서 이제 집에 가자
노라 애프론 감독님의 에세이 한 권을 들고 왔는데 오며 가며 열차 안에서 금세 읽었다. 하필 입고 있던 두툼한 니트도 그렇고, 느긋한 우리의 여행도 그렇고 내가 바라는 노부부의 모습에 한 발짝 가까워진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