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쓰는 어제 일기.

아라언니가 쉬는 날 나를 만나줬다. 오랜만에 안국역 나들이에 신나서 추운 날씨 패딩 말고 코트에 치마 입고 나갔지. 맛있는 솥밥도 먹고 예쁜 티타임도 갖고 잔잔한 전시도 보고왔다. 콧바람 쐬고 와서 기분 좋았다. 세상엔 귀여운게 너무 많아

혜라이사님 집으로 초대한 날! 같이 일하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녀를 배웅하고 돌아온 우리 집이 너무 예뻐서 한 장 남겼다.

앵이가 준 요기티 열심히 마시고 있다. 포춘쿠키처럼 티백에 적혀있는 메시지 뜯어보는 재미

남편이랑 동네에서 안 가본 가게 가보자! 하고선 찾아간 곳. 심사숙고 끝에 고른 빵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없는걸 보고 남편이랑 웃었는데 우리 얘길 들은 사장님이 베스트셀러라는 소금빵을 하나 챙겨주셨다. 스콘도 맛있고 바게트 소금빵 모두모두 맛있었다! @망원동 부부커피.

주말 내내 남편과 꼭 붙어있었더니 월요일 아침이 허전하다. 세탁기 돌아가는 동안 슴슴하게 동네 산책하고, 집에 와서 책 읽고 맛있는거 해먹고 농구보고 놀토보고 아롱다롱이랑 놀고 우리끼리 오붓하게 보낸 시간. 이번 주말 캘린더도 비워두고 우리만의 시간으로 채우기로 했다. 맨날 주말처럼 살면 지루할까? 라던 남편의 질문에 내 대답. 아니! 아닌데!

어제는 덕수궁 근처에 궁금했던 공간을 예약해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마침 눈도 내려서 더 예뻤네. 읽고 싶은 책도 많았는데 할 일이 있어서 제목들만 스윽 스캔하고.. 집중이 어마어마하게 잘 되는 바람에 딴짓 할 겨를도 없었다. 다른 계절에도 꼭 가보고 싶은 곳.

지지난주 듣고온 터키 가정식 클래스가 너무 좋았어서 한 번 더 듣고 왔다. 남편이 종종 터키 여행 때 먹은 음식을 이야기하는데 나로서는 무슨 맛인지 상상할 수가 없어서 - 그리고 그가 그리워 하는 음식을 집에서 한 번 만들어주고 싶어서 - 다녀왔다. 이번엔 카이막과 피데를 만드는 시간. 너무 재밌었다! 궁금했던 카이막 만드는 법을 배웠고, 카이막은 절대 집에서 만들지 말고 반드시 사먹어야 한다는 것도 함께 배웠다..

어제는 눈이 많이 왔다. 하루종일 캐롤을 틀었고, 남편이 오전 연차라 점심엔 타코라이스를 해먹었다. 토마토와 양상추, 고수의 레드그린이 마치 크리스마스 같았달까.. 헤헤. 조용한 오후엔 채수도 끓이고, 고구마팥조림도 만들고, 우리 땅굴 식량을 차곡차곡 채웠다. 아. 요거트도 만들었지. 운카페 사장님이 나눠주신 요거트균을 벌써 5주째 키우고 있다. 사장님이 균에게 말을 걸면 더 잘 자란대서 (ㅎㅎ) 나도 매주 말을 건넨다. 너는 마포구 최고의 유산균이 될거야

남편 책 도서관에 반납하러 집을 나섰다가 만 천 걸음 동네산책하고 왔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 생기는 가게들, 어떻게들 알고 찾아와서 웨이팅하는 기다란 줄, 장바구니 들고 그 사이를 기모추리닝 입고 걸어가는 나...

어제는 오랜만에 가로수길에서 남편이랑 저녁을 먹었다. 제주도 음식을 파는 곳이었는데, 아마도 가로수길에 있는 식당 중에서 손님들의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곳인 것 같았다. 우리는 몸국과 고등어구이를 시켰고 내년에 마흔 되시는 우리집 아저씨께서도 아주 흡족해하셨지. 아저씨들이 선호하는 바이브란 어떤 것일까, 아저씨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남편이 두번째 밥 공기를 비우는 동안 먼저 식사를 마친 내 머리속에 둥둥 떠다녔다.

시장에서 가리비를 700g에 5천원에 사왔다. 손질한 가리비는 찜기에 쪄서 살만 발라내고 육수는 따로 담아두고. 양파 당근 볶다가 홀토마토 넣고 가리비살이랑 해동해둔 냉동새우랑 쌀보리랑 반만 익힌 까사레체 넣고, 육수도 넣어서 보글보글 끓였다. 파슬리 찹한거 듬뿍 곁들여서 바게트빵 푹 찍어먹는 맛. 집에 화이트와인이랑 버터가 똑 떨어져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남편과 큰맘먹고 광화문 나들일 갔다. 궁금했던 카페도 들르고 교보문고 갈 요량이었다. 책 구경 반도 못했는데 체력이 엥꼬나는걸 실시간으로 몸소 실감했다. 모래시계 모래가 스르르 떨어지는 것 같이 말이다. 남편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두 시간만에 버스타고 총총 동네로 돌아왔다. 그런데 또 합정역 내리니까 실시간으로 기운이 나는게 아닌가.. 그래서 무인양품도 들르고 아라언니도 잠시 접선하고 그랬네. 집에 오니 심지어 기운이 뻗쳐서는, 저녁으로 토마토리조또도 만들고 남편앞에서 딩가딩가 춤도 췄다. 에너지의 원천은 설마 풍수지리일까? 이상하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지인언니를 만나 캐치업 겸 아무말대잔치를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17년 혹은 2018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으면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 '아님 말고'의 스탠스로 만사를 대하는데 마크로비오틱은 그런 나에게 '그럴 수도 있지'의 여지를 가르쳐주었다. '아님 말고'와 '그럴 수도 있지'의 간극은 꽤 커서, 이 여백이 없었으면 작년의 나는 모래먼지처럼 퍼석거리는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이제 10%쯤 이해했을까? 어쨌거나 마크로비오틱 레벨 1 무사히 수료 -

하루동안 다른 질병 (이를테면 방광염) 확진받는 사람이랑 코로나 확진받는 사람이랑 뭐가 더 많을까..

요즘 털크업 살크업 중인 다롱이랑 신나게 뛰어노는게 나의 일과다. 내가 다가가면 울타리 너머로 빼꼼 바라만 보다가, 다롱아 하고 부르면 내 목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냐옹 거리면서 꼬리 바짝 세우고 다가와서는 부비부비하는게 너무.. 귀엽다...😭 아주 추운 겨울은 무사히 지나간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한 장의 사진들만 남긴 채 급하게 마무리되는 나의 1월 아침일기... 다음 일기는 코로나 투병일기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