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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째주




한 달 남짓의 여유가 주어졌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들이 빼곡하게 적힌 위시리스트를 슬쩍 들춰보면서 이것저것을 검색하다가도, 시간을 잘 보내야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니 하루하루가 오히려 더 촘촘해졌다. 일찍 일어나 남편과 아침에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고, 건강하게 잘 챙겨먹고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기운의 대화를 나누고 요가도 다시 시작하고 책도 많이 읽고 그런 일과.

8월이 되며 위워크 멤버십을 해지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올 여름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내고 있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가 된 것만 같으면서도 난 의외로 이 습도가 나쁘지만은 않은데.. 특히 안방의 침대를 창가로 옮긴 뒤로 나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밤바람을 맞으며 바닷가에 누워있는 기분으로 잠드는 것을 심지어 좋아하게 된 것이다. 비가 내리면 타닥타닥 빗소리 들으면서 잠드는 것도. 그치만 제습기의 활약으로 뽀송해진 옷방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한다. 잠들기 전 안방에서 제습기랑 선풍기를 동시에 틀어두고 남편이랑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그 순간도. 그냥 집이 좋은건가




매주 월요일은 밑반찬을 두둑하게 만들어둔다. 조금씩 나누어 담아서 코로나 확진 되었다는 친한 언니 집앞에 배달다녀왔다. 잘 먹는게 제일 중요해. 집밥이 최고입니다.


여름 햇감자 맛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하는 마크로비오틱 스타일의 감자사라다는 기분 좋은 산미가 가득


남편의 요청으로 오랜만에 만든 제육볶음!


비가 많이 온 날 다롱이는 기분이 초 저기압이다.. 축축한 바닥 위에 상자를 뒀더니 하루종일 망부석처럼 저 위에만 앉아계셨다.


날씨 좋은 날엔 어김없이 벤치 데이트
이날은 아롱이도 함께였다.
요즘 왜이렇게 사이가 좋은지~


두오모 사장님이 집으로 초대해주셔서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왔다. 말도 안되게 가파른 언덕은 몹시 당황스러웠으나 사장님이 마중나와주셔서 숲 속의 유럽 스튜디오 같은 공간으로 무사히 입성하였다. 토마토퀴노아 볶음이랑 감자샐러드도 만들어갔는데 전체 상차림이랑 어울려서 신기! 맛있는 와인이랑 같이 먹었다.

채소 구워서 내어주신게 특히 맛있었지..

밤 열두시가 넘도록 집에 가지 않는 이모들 때문에 언짢아진 달래. 수 년전 임시 집사로 몇일밤을 함께 보냈던 내 존재를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시절의 달래. 2018년 어느 날.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여덟시에 집을 나서 한남동으로 새우 보러 갔다. 고양이 앞에서 한없이 강해지는 나의 체력


지인언니랑 하고 있는 일도 조금은 가닥이 잡혀가고 있고 (아마도)



거울 비슷한 것만 보면 냅다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나와 늘 영문도 모른채 함께 사진 찍혀주시는 분..



시선은 끌었으나 구매로 이어지지는 못한 슬램덩크 라벨


오랜만에 다녀온 수업 - 입추를 맞아 계절 밥상도 채도가 조금 낮아졌다.



오래전에 예약해서 몇 주만에 빌려왔고 단숨에 읽었다. 드라마로 본 것보다 훨씬 레이어가 두터운 이야기였고, 영상화되면서 잘려나간 설정과 등장인물이 오히려 머리 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시끄러운 논란을 보며 원작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함께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불쑥 튀어나오는 좋지 않은 시간을 함께 현명하게 잘 헤쳐가는 것. 여전히 어렵고 헤매고 있지만 우리는 꽤 잘하고 있다고 남편이 얘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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