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 2월엔 몸은 머물러 있었으나 머리 속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머리속 세계에서 나는 내 앞에 놓인 다양한 선택지들에 내 모습을 하나씩 넣어봤다. 그 선택지가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지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내가 수영선수나 의사가 되는 모습은 쉬이 상상이 되지 않으므로 나는 수영선수나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너무나 쉽게 상상이 되는 나머지 가고 싶지 않은 선택지도 있었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으나 너무나 또렷하게 그려지는 내 모습도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고민의 시간처럼 보일지언정 나는 어쩌면 이 상상의 과정을 무척 즐기고 있었던건 아닌가 싶다.
도통 어디서 만났는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나와 남편의 몸에 침투해서 둘이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나의 증상 중 가장 심각했던 건 줄줄 흐르는 콧물과 온 몸이 시리는 근육통이었는데, 비록 3일째쯤 남편을 붙잡고 오빠 나 코를 도려내고 싶어 하고 엉엉 운적도 있지만 대체로 견딜만 한 증상이었고 "대부분 집에서 잘 쉬면 크게 고생하지 않고 일주일 내에 낫습니다"라는 생활안내문의 말대로였다.
창궐하는 바이러스가 내 몸에 침투하는건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으나 격리된 나에게 보내오는 친구들의 다정한 마음은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나는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맛있는 원두와 그라인더를 우리 집 문 앞에 걸어두고 가신 단골카페 사장님, 직접 구운 빵과 구움과자, 영양제, 간식거리를 보내준 친구들. 다정한 마음을 다정한 마음으로 나누어야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