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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5

완벽한 주말의 모양

 

테이블에서, 소파에서, 침대에서.

동향 집에는 처음 살아본다. 겨울엔 몰랐는데 봄이되니 이른 아침 빛이 엄청 들어오더라. 이 빛의 색깔을 보려고 새벽 여섯시 반에 눈을 떠서 남편까지 깨워 보게 하고는 다시 쿨쿨 잠든다. 배가 고파 깰때까지..

 
 

저장 사과는 아무래도 맛이 떨어지지만 아침에 사과 한 알 먹어줘야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라. 컬리에서 맨날 시키던 거 말고 몇천원 더 비싼 거 시켰는데 훨씬 맛있다. 자본주의는 냉정해

 

어떤 날엔 요거트를 먹기도 하고
맛있는 아스파라거스가 집에 온 날엔 요렇게도 먹고

 

바나나 + 찐양배추 + 우유 + 약간의 꿀 갈아서 마시면 맛있다!

 

주말엔 집에 쌓아둔 요리책과 잡지를 뒤적거리며 다음 주 메뉴에 대한 영감 사냥에 나선다
이렇게 포토푀를 발견한 날엔
바로 만들어 먹기두 하고
주말 -특히 토요일 점심- 메뉴는 주로 파스타. 평일엔 거의 저녁만 함께 먹기 때문에 밀가루 메뉴는 피하기 때문이다. 파스타 한 접시 말아줘야 비로소 주말이 시작되는 기분.

 

샐러드도 곁들여서.

 
 
 

엄마아빠가 우리 동네 오신 날엔 같이 외식하고 커피타임도 갖고. 블루보틀 가보고 싶었다던 아빠의 리퀘스트가 있었다.

 
 
 

읽을 책 괜히 쌓아두기
나만 없는 고양이..

 
 
 

남편 운동 가고 혼자 심심한 오후엔 베이킹도 한다.
호두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가 오븐에 구우면 쓴맛도 없고 떫지도 않고 훨씬 고소하지
빛 좋은 날 아주 맛있게 완성된 통밀 비스코티였다.
거실과 안방이 동향이라면 부엌은 서향. 저녁밥 할 때 쯤에 햇빛이 아주 예쁘게 들어온다.



점심에 포케 만들어먹고 남은 연어와 양상추로 샐러드 뚝딱
냉털 재료로 만든 그라탕이었는데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었다. 시금치, 표고, 만가닥버섯, 닭가슴살, 블랙올리브, 썬드라이드토마토, 그리고 동그랗고 얇게 슬라이스한 감자까지. 잘 볶아주다가 내용물이 어우러지게끔 베사멜 소스를 만들어 같이 버무렸는데 그게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다.
달고기 + 아스파라거스 조합의 솥밥도 증말 맛있었지

 

봄동 + 대저토마토 넣어서 도토리묵도 무쳐먹구
구운 마늘 넣고 버섯밥 지은 다음에, 마늘 구웠던 올리브오일 쪼르르 둘러 먹으면 풍미가 확 살아난다.

 
 
 

어느 토요일 저녁엔 곱창 외식하고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며 칼바람 뚫고 사다준 젤라또.
토요일밤의 놀토, 일요일밤의 냉부 보고나면 쏜살같이 끝나버리는 주말. 별 거 안해도 몸과 마음이 차곡차곡 충전되는 걸 느낀다. 주말을 위해 살아가는 삶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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