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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일기





2월말이면 재택근무를 한 지 꼭 일년이 된다.

7시 50분에 노트북을 켜고 VPN 접속을 하면 출근 완료. 얼마 후 남편이 부스스 일어나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보통 간단히 빵과 과일과 커피, 미숫가루나 씨리얼 등으로 아침을 먹는다. 2월의 기록이라 이름 붙이지만 사실 몇 달째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이다.

 

 

아라언니가 구워준 플랫브레드로 아침을 먹은 2월 16일

 

 


여성시대가 시작하기 전 남편이 출근을 하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느슨하게 흐른다. 몇가지 잡무를 처리하고 아침식사 설거지하고 샤워를 하거나, 바쁠 땐 그대로 꼼짝않고 일하지만.. 이제 바쁜게 끝났으니. 2월로 말하자면 말도 안되는 시국에 말도 안되는 영화를 개봉시켰고 말도 안되게도 목표를 달성했다. 그런데도 성취감이 없구나 허허..



오전 열한시 반과 열두시 반 사이, 아파트 주차장에 볕이 잘드는 시간에 나가보면 어김없이 이 아이들이 화단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고독한 재택근무자에게 위로가 되어준 아롱이와 다롱이. 2월에는 거의 매일 만난 것 같다.

 

 

 

사진은 모두 다른 날 찍은 것들. 요새 남편이 자꾸 얘네를 훈련 시키려고 해서 웃겨죽겠다. 마지막 아롱이 표정이 모든걸 설명하네.


 

 

 

 


대개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쯤까지는 nba 경기가 쭉 있어서 딱히 시청하지 않아도 그냥 틀어둔다.
릴장군님 지휘하에 맥컬럼 없이도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포틀랜드 경기가 제일 재밌고 (그 재미의 팔할은 칸터 공격리바운드 세는 재미)
덴버 경기는.. 힘들고..
댈러스는 돈치치가 기특하고
재즈는 신기하다.. 승률이 팔할이라니.
-이 네 팀의 경기는 거의 모두 챙겨보고 있다.

어딘가 언더독 같은 느낌의 샬럿, 워싱턴, OKC (도트?라는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도 재밌고 피닉스 경기도 신명난다. 부진할 줄 알았는데 엄청 잘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랑 (동부 1위), 잘 하는 것 같은데 승률 5할이 안되는 보스턴이랑 뉴올리언스도 (자이언은 매 경기마다 커지는 것 같다).

커리네 르브론네 이제 브루클린까지 이 세 팀 밖에 모르는 스포티비에 진절머리가 나서 리그패스 결제한 보람이 있네.

 

 

 

 


2월의 외식 1
읽던 책에서 우동 먹는 장면을 너무 맛깔나게 묘사해서 다음날 남편 데리고 가타쯔무리에 다녀왔다. 히야아쯔 (면은 차갑고 국물은 뜨뜻한) 우동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가면 유부랑 달걀 하나씩 더 추가할거다. 

 

 

 

 


2
사무실 출근하는 날 망원우동. 맛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가격만 계속 오른다... 가타쯔무리에서 먹은게 우동이라면 망원우동은 가락국수랄까. 돈까스가 더 맛있다.

 

 

 

 
3
이번 달에도 틈틈이 조이떡볶이

 

 

 

 


4
일년에 한두번 쯤 생각나는 호키포키. 집에서 정말 정말 멀다.. 특히 서초 대검찰청 앞을 지나갈때는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토마토나 크림소스 없이 백합과 치즈, 마늘, 레몬즙 등등으로만 맛을 낸 (것 같은) 이 클랩파이 한 입 먹으니 피로가 가셨다. 이래서 강남인가벼~ 하면서 맛있게 먹은 마포구 촌뜨기 부부




 

 

 

 

2월의 외식과 집밥사이
아라언니가 집에서 피자 구워줬다. 언니가 만든 반죽에 내가 집에서 끓여간 토마토소스 챱챱 바르고 언니가 준비해둔 채소 토핑 듬뿍 얹어서. 증맬로 맛있었지

 

 

 

 

외식과 집밥사이 2
요건 엄마가 만들어준 새우버거 ㅎㅎ 엄마의 손맛.


 

 

 

 


꽃집에 들르는걸 좋아한다.


 

 

 


요렇게 저렇게 집에 꽂아두면 기분이 좋아지지


 

 

 

 


조촐(?)하게 명절 분위기를 내는 엄마의 밥상. 조카한테 세배도 받고 세뱃돈도 줬다. 어디서 5만원이 젤 큰건 알아와가지고... 엄마한테 뺏기지 않길. 


 

 

 

 


저녁먹고 로비체어에 누워서 둔둔~한 배 두들기며 남편 설거지하는 모습을 감상한다.


 

 

 

 


동네에 카페가 차고 넘치지만 자주 가게 되는 곳은 두세곳 뿐이다. 도서관 가는 길에 종종 들르는 운카페. 주로 드립커피를 마시는데 이 날은 남편 수영가기 전 함께가서 나는 오트밀라떼를 그는 캐슈넛 초코를 마셨다.


 

 

 

 


남편 수영 간 사이 엄마집에 갔던 어느 일요일. 나보다 먼저 와있던 조카 스케치북이랑 크레용이랑 그림공부책 뺏어다가 내가 더 재밌게 놀았네. 



 

 


내친김에 48색 크레용 샀다 ㅋㅋㅋ 내가 더 색깔이 많지롱~~

 

 

 

 


부장님이 선물해주신 [야채에 미쳐서] 다 읽고 이 책으로 넘어왔다. food writing에 편중된 나의 책꽂이를 언제 한 번 정리해보고싶네. 

 

 

 


2월부터 마크로비오틱 수업을 다니고 있다.
김치찌개도 끓여본 적 없는 내가 한식매니아이신 분과 같이 살게 되어 사계절동안 밥상을 차리면서 제철채소의 맛에 푹 빠졌고 (시장이 가까이에 있는 것도 한 몫 했지), 이왕이면 좀더 제대로 배워보고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이를테면 겨울냉이와 봄냉이가 어떻게 다른지, 각각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어떻게 손질해야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고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마크로비오틱은 다른 식습관에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엄마가 차려주던 밥상을 떠올리며 건나물도 무치고 찰밥도 지어봤다. 요리를 하면서 자주 볼 수 없는 오묘한 채도라 사진으로 남겨둘 수 밖에 없었던 대보름의 색. 가장 좋은 밥상은 창문 바깥의 색을 담아낸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봄이 오면 무얼 해먹으면 좋을까.
일단은 쑥버무리를 리스트에 올려뒀다. 두릅도 튀겨먹어야지. 날씨가 따뜻해지니 이 아줌마의 마음도 싱숭생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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