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살았던 5월의 일기


5/3
남편이 전주에서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비빔밥을 차렸다. 들기름에 볶은 무나물 듬뿍 넣어서. 미역국엔 꼭 고기나 조개류를 넣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들기름에 달달 볶아 푹 끓이기만 해도 정말 맛있다.


5/5
아롱다롱의 평화로운 오후를 구경(방해)했다. 잔뜩 기합이 들어가있는 밤의 아롱다롱보다는 무방비 상태로 늘어져있는 낮의 모습이 훨씬 사랑스럽다. 날도 더워지니 얘네들한테 깨끗한 물 먹이는게 우리의 소소한 미션.

어린이날이니까 우리집안 어린이랑도 놀아드렸지

5/6
올해 첫 완두콩밥을 지었다. 💚
완두콩은 끓는 소금물에 데친 다음 불끄고 찬찬히 식히면 쪼그라들지 않고 탱탱하게 먹을 수 있지. 스프도 끓이고 리조또도 해먹어야지. 한 근 사서 금세 다 먹었다.

5/8
엄마아빠랑 남편이랑 넷이서 홍대에서 저녁을 먹었다. 어버이날 명분으로 만났지만 더블데이트 같았다. 40년을 커플로 살아오신 두 분의 노하우를 물어보면서.

5/9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자! 고 해놓곤 우리는 만이천걸음을 걸었다. 망원 성산 연남 연희 합정 상수... 걸어서 다닐 거리인가? 아무튼 우리는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걷다가 상수에서 먹은 부대찌개는 꿀맛

5/11
오전엔 사무실 출근해서 부지런히 볼 일을 처리하고 카페 들렀다가 오후엔 재택근무. 이제 사무실 출근해서 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5/13
남편이 먹고 싶대서 오므라이스 만들어줬지. 한참 먹던 남편이 대뜸 아 너무 맛있다며 감동한 표정이어서 내가 다 감동했지 뭐야

5/15
남편은 토요일 아점 먹고 수영하러 가서 세시간즈음 있다가 집에 오는데 나는 그 시간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심심해서 화분들 잎 분무 해주고 비구경 실컷 시켜줬다.

5/17
일박 이일 여행 다녀왔다. 우리 둘이 같이 나온 거의 유일한 사진

5/19
시댁 식구들이랑 점심먹고 왔다. 며느리는 시아버지랑 소주잔을 채웠지.

5/22
일주일 중 제일 좋아하는 토요일 아침.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무것도 안해도 될 것 같은 시간

5/23
마포구 구석구석 돌아다닌 즐거운 주말의 마지막 행선지는 화분가게. 마틸다라는 아이를 데려왔다. 아이고 남편아.. 우리는 오늘도 만팔천걸음을 걸었네

5/24
점심에 운카페 마실 나가는 재택근무도 언젠가 끝나는 날이 올까? 요즘 오전오후 할 것 없이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억울해

5/25
수업 들은지 네 달이 꽉 찼다. 오늘 수업에서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몇 가지 대화와 배움이 있었다.

5/26
사전주문 했던 초당옥수수가 집에 도착한걸 보니 결혼하고 계절이 한 바퀴 돌았다는게 새삼 실감이 나네. 받자마자 껍질 하나 까서 렌지에 살짝 돌려서 야금야금 먹고, 죽순이랑 같이 버터에 구워서 저녁 메뉴로도 곁들였다. 내일은 냄비밥 할 때 넣을 예정.

5/28
에어팟이 이상하길래 다시 동기화 시켰더니 왜 남편 이름이 뜨는건데? 내돈내산인데 말이지.. 해명을 요구했더니 본인은 결백하단다. 뭐 어떠니 니것이 내것이고 내것이 니것이고

5/29
지난 밤엔 남편이랑 수다떨다가 한시가 넘어 잠들었고 눈을 뜨니 아침 열한시... 오락가락 하는 내 이야기 잘 들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고마움으로 차린(?) 팔라펠 플레이트

5/30
아부지 생신이어서 오랜만에 가족모임~ 파티플래너를 자처한 조카는 지네 집에서부터 풍선을 대여섯개 불어서 이고지고 왔다. 오랜만에 만났더니 이모 껌딱지가 되어서는 종일 착 달라붙어있던 귀요미.. 이모가 회사 안 다닐때가 좋았다는데 이모는 오죽하겠니

5/31
요새 점심 챙겨먹기 귀찮아서 건너뛰거나 2500원짜리 망원동 김밥으로 연명했더니 좀 울적해져서 모처럼 점심시간에 주방에서 사부작거렸다. 여름 과일 채소에는 스피아민트가 짱이야. 이런걸 먹으면서 무슨 일을 했냐면 다름아닌 전환사채 청약.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남편보다 먼저 채권에 입문했다 낄낄


아롱다롱 사진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