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재밌었다.

4/1
입사 2주년을 맞이했다. 의미없는 시간만 쌓이는구나.

4/2
아침에는 냉장고에 있던 미나리나물이랑 우엉조림 넣고 김밥을 말았다. 멸치육수 남은거에 된장 풀어 후루룩 마시는 국도 곁들여서.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더 고프다는 아이러니..

4/3
엄마아빠 모시고 우리 동네에서 점심을 먹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종종 엄마아빠가 부모보다는 부부로 보일 때가 있는데 오늘 대화에서 특히 그랬다.

4/6
전날 고도에서 먹었던 메뉴를 흉내내서 감자 루꼴라 금귤 샐러드로 만들어 두둑하게 먹고 남편 회사보냈다. 맛있는걸 많이 먹어보는게 중요하다.

4/7
사장님이 이번에 추천해주신 와인은 조금 묵직한 편

4/8
시장 다녀오는 길에 꽃집이 또 생겼다! 집안 곳곳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초록이나 꽃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4/9
우리집에서 한두블럭 떨어진 구역에 사는 고양이. 우리는 얼룩이라 부른다. 앞발을 아주 잘쓰고, 다른 고양이가 자기 구역으로 들어오면 가차없이 쫓아버리며, 사람과 친하지 않은데 간식 주는 사람은 기가막히게 알아보고 졸졸 쫓아오는게 너무 웃기다. 밤에 자고 낮에 돌아다니는 이상한 애..

4/10
남편이 찍어준 내 눈동자 사진. 아이폰 12 카메라가 참 정직하구먼. 아이크림 주문했다..

4/11
남편 친구 딸 여섯살 다은이는 오후 세시부터 이모랑 삼촌이 저녁먹고 갔음 좋겠다더니 오후 네시엔 자고 갔음 좋겠다며 배시시 웃었다. 체력이 방전된 이모와 삼촌은 미안하지만 오후 네시 반에 그 집을 나섰다..

4/12
하루종일 비가 왔다. 장보러 가기도 귀찮고 집에 있는 채소들로 저녁상 차렸다. 으슬으슬 몸살 기운 있어서 남편이 타준 테라플루 먹고 꿀잠잤네. 말그대로 흘려보낸 하루

4/13
마크로비오틱 수업 다녀온 날. 취나물 머위 쑥의 한상차림을 배웠다. 나물도 다 같은 나물이 아니고 어울리는 양념이 있고.... 파고 들어가면 끝도 없지

4/14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동네 고양이들 안부 확인하는 밤산책은 눈비가 휘몰아치지 않는 한 빼먹지 않으려고 한다.

4/15
봄은 봄인건지 파키라(aka 공주)가 네번째 새순을 힘차게 뻗고 있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잎 분무만 잘 해주고 흙에 물주는건 조심 또 조심하기
4/16
“다른 이의 고통에 연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침묵과 절제” 라고 여전히 믿는다.

4/17
아기돼지 삼형제 집을 날려버리려는 늑대같은 날씨였다. 동네를 벗어나면 분리불안이 생긴걸까. 남편이랑 전시를 보러 나갔다가, 심지어 한강진역 2번출구까지 나갔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동네로 다시 돌아왔다. 멸치밥 해먹고 놀토를 봤지. 행복했다.

4/18
노매드랜드와 씨스피라시를 연달아 보고 무기력과 염세를 얻었다. 이러다 베지스피라시 같은 다큐도 나오는건 아닌가몰라.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늘 언제나 반드시 옳은 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4/19
아무일도 없는 평온한 하루였다.

4/20
14개월차 재택근무자로서 점심을 가볍게 먹는 스킬만 나날이 늘어난다. 토스터에 바게트 굽고 토마토 슥슥 문지르고 올리브오일이랑 소금 뿌리니 화이트와인이 생각나네
4/21-22
사람이 이렇게 잘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이틀 동안 정말 많이 잤다. 정말로 정말로 많이.. 거짓말 좀 보태서 남편 얼굴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2키로가 빠졌다

4/23
아라언니랑 종종 물물교환을 한다. 길바닥에서 만나 짧게 한두마디 나누고 쿨거래하는 스타일. 언니는 직접 구운 빵을, 나는 대량으로 구매한 채소과일을.. 오늘은 아스파라거스와 하귤을 담아갔다.

4/24
친구 만나러 무려 송도에 다녀왔다. 산넘고 물건너 두시간 걸려 가서는 여섯시간동안 집에서 수다만 떨다가 집에 왔네. 신도시 갈 때마다 그 위용에 늘 압도되는 서울쥐.

4/25
자꾸만 신발에 얼굴을 부비길래 이게 애교인줄만 알았지. 실은 스스로 긁을 수 없는 정수리가 가려워서 이러는 거라던데. 뭔들 어때.. 마음껏 긁으렴. 저 손톱 하나를 내 운동화 끈에 걸고 자는게 너무너무 귀여웠다.

4/26
흙 묻은 채소를 사다가 직접 손질할 줄 알게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네

4/27
수업 다녀오는 날엔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새로운 삶의 지혜를 얻어오는 것 같다.

4/28
볶음밥 만들기는 좀 많이 자신이 있습니다. 샐러리가 킥

4/29
난 함께 먹는 아침이 제일 좋다. 남편은 이 사실을 알까?

4/30
도서관 세 군데를 돌아가면서 다니고 있다. 찾는 책이 한 도서관에 다 모여있지 않아서이긴 하지만, 기꺼운 산책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