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녁 준비 마치고 남편 오기 전에 쓰는 일기.
시사가 있어 오랜만에 사무실 출근을 했다가 집에 오는 길에 어김없이 시장에 들러 과일을 좀 샀다.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엔 과일가게가 많이 있지만 즐겨가는 곳은 딱 한 군데다. 좀 비싸도 맛에 있어서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 씨가 없고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문구에 홀려 연시 한 바구니를 사왔다. 엄마는 좋아하고 나는 싫어하지만 남편은 좋아한다는 그 과일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사 봤다.
채반에 연시를 담으니 단호박 자리가 없어진 김에 먼저 고로케를 만들었다. 레시피는 내 교과서와도 같은 생강 님의 책을 참고했다. 단호박은 찜기에 찌고 속을 긁어낸 뒤 마스코바도, 파마산 치즈 간 것, 이탈리안 파슬리와 아몬드 다진 것, 소금을 넣어 섞었다. 수분이 많아 부침가루를 한 숟갈 넣었고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달걀물-빵가루에 묻혔다. 좁은 부엌에서 튀김은 엄두가 나지 않아 발뮤다 토스터에 구웠는데 다행히도 그럴 듯하게 완성됐다. 단호박 작은 걸로 만들었더니 딱 8개 밖에 안나와서 아까운 나머지 아직 맛은 못보고 있다.
커리는 양파를 볶는 일로 시작했다. 얇게 썬 양파를 40분쯤 볶아 카라멜라이징 하고 커리파우더와 가람 마살라를 작은 숟가락으로 둘-하나씩, 마스코바도도 좀 넣었다. 가루들이 양파와 잘 섞이게끔 물을 조금씩 섞어가며 볶았다. 시금치와 홀토마토를 넣어 갈아둔 것을 넣고, 코코넛 밀크, 꿀도 넣었다. 농도가 되직한 듯해 물도 조금 넣고. 두부도 작게 잘라 넣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비건 커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넣고 간을 보는데 이상하게 시금치 맛이 거의 안났다. 눈을 감고 먹으면 시금치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라고 해야하나. 시금치를 정말정말... 정말.. 정말정말 많이 넣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맛은 있으니 불은 껐지만 시금치의 풍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다. 원래 시금치 커리가 커리맛으로만 먹는 거던가..? 시간이 좀 지나면 다르려나. 카레는 원래 하루 두었다가 먹는게 더 맛있다고 하지 않나.
남편이 집에 올 때까지 커리 안에서 시금치가 좀 깨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다음날 점심에도 깨어나지 않은 시금치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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