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보다 대범해진건지 올해는 시장에서 궁금한 봄채소는 일단 사고 보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흙채로 딸려온 채소를 손질하다보면 엄지손톱이 까맣게 변하기 일쑤지만 계절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머위대, 두릅, 취나물, 아스파라거스, 쑥, 죽순을 사다가 서툴지만 이렇게 저렇게 해먹은 기록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채소 요리책에 의하면 머위대는 굵은 소금 뿌려 도마에 굴리고 부드러워질때까지 데치고 찬물에 담갔다가 껍질을 까라고 한다... 에구구

첨가물이 뭐가 들어갔는지 잘 알 수가 없는 일본 된장 대신 엄마가 준 된장에 원당이랑 맛술 넣고 볶아 머위 된장을 만들었다. 불에서 끈 직후엔 좀 짠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머위 맛이 올라온다. 표고 썰어넣은 채수에 요것만 한스푼 끓였더니 맛있는 된장국이 되네.

간장이랑 다시마표고물 넣고 꽤 오랜시간 조려서 쓴맛이 쏙 빠진 머위는 달큰하니 참 맛있다. 그 요리책에서는 머위대는 물에 담가 보관하라던데 남김없이 다 조려버렸네. 남편이 또 먹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머위대를 일주일에 두번 마주할 자신이 없어요

잎사귀에도 자잘한 가시가 돋아있는 두릅을 칼로 슥슥 긁었다. 두릅 손질하면서 키 생각나면 샤이니 입덕한걸까

생애 처음으로 도전해 본 두릅튀김. 잘 안익을까봐 겁이 나서 가능한 작게 손질하고 두꺼운 줄기부분은 칼집내고 1차 튀김 후 반죽도 다시 만들고.. 생쇼를 한 결과 맛있는 한 접시가 완성됐다. 영귤소금에 와인비네거 섞은 소스도 상큼허니 맛있었구

다른날엔 살짝 데쳤다가도 튀겨봤는데 그냥 생으로 튀기는게 더 맛있다.

끓는 소금물에 데친 취나물은 짜지 않고 물기를 말려야 향이 살아있다.. 고 한다.


마늘간장이랑 들기름 쪼로록 넣고서 무쳤다. 보송보송 맛있는 취나물 무침

마레헤 아스파라거스가 궁금해서 시켜봤다. 정말 연하고 부드럽고 달큰하고 튼실해서 비싸지만 대만족했다. 다 먹자마자 한 팩 더 주문했지

토요일 점심을 위한 파스타~ 큼지막하게 썬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취나물무침 남은 것, 앤초비, 마늘, 소금레몬과 그냥 레몬


앤초비와 토마토의 감칠맛이랑 아스파라거스가 정말 잘 어울렸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파스타볼이랑도 잘 어울리구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있는 레시피 참고해서 다진 소고기는 빼구 토마토랑 아스파라거스만 넣고 냄비밥도 해먹었다.

올리브오일에 볶아서 아침 접시에도 곁들였다. 고다치즈랑 참 잘 어울리네그려

요건 참깨를 갈아서 만든 소스에 무친 것

쑥 손질하면 시간이 정말 잘 가지.. 저렇게 뒷면에 하얗게 보송보송 솜털 나있는게 너무 귀엽다. 두 움큼 넉넉히 집어다가 오곡가루 묻혀서 쑥된장국도 끓여먹구


엄마가 종종 해주던 쑥버무리를 나도 만들어봤다. 쑥 반근 사다가 손질해서 쌀가루 500g 정도하면 우리집 찜기로 두 번 찌는 양. 건식 쌀가루라 물 주고 체 내리고 어쩌고 하느라 손이 은근 많이 가서 쑥버무리 만드는 날엔 오후가 금세 지나간다.

시장에서 죽순을 사왔다. 껍질을 한 장 한 장 까는게 처음에는 신비로웠다가, 끝도 없이 계속 나와서 결국 필러 꺼내들었고.. 쌀뜨물 없어서 밀가루 푼 물에 푹 삶았다.

채소랑 볶아서 고수 얹구 꽃빵 쪄서 돌돌 말아먹기. 직접 손질해서 요리한 죽순은 아삭아삭 살캉살캉하다.

이찌방다시에 간해서 조린 죽순과 당근, 달걀지단, 달착지근하게 조린 바지락, 흩뿌린 고수의 지라시스시. 이 한 접시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는지 모른다
봄채소 먹는 사이에 여름이 왔다가 다시 겨울로 돌아간 것 같은 요상한 날씨가 이어졌다. 봄이 가기전에 봄채소 튀김덮밥 해먹기가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