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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out

공주와 부여



언젠가 지나가는말로 백제 문화권의 도시에 가보자 했던걸 이제서야 실천에 옮겼다. 학창시절 역사과목에서 배운 백제에 대한 흐릿한 인상은 호전적이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그런데 어딘가 세련된 느낌의 하얀 도자기 같은 느낌. 그리고 여자를 좋아했던 의자왕. 일본이랑 되게 친했던 나라... 정도? 하.. 내가 이래서 일치감치 국사과목을 포기했지.


그래도 나름 역사학도로서(?) 책도 찾아읽고 하신 남편 덕분에 풍성한 여행이 되었다. 모름지기 역사를 공부하는 까닭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는데 그 목적이 있는게 아니던가. 디테일을 정확히 외우는 것보다 나에게 반추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래서 나는 수능 역사 과목과 어울리지 않았던걸까!


남편과 나는 이 두 도시를 돌아보며 무령왕과 무령왕비 같은 삶을 살자고 얘기했다. 농담으로 한 소린데 곱씹을수록 농담으로만 넘길게 아닌거 같다..




공주까지는 버스로 정확하게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는 나같은 역알못도 술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터미널 도착하자마자 냄새 이끌리듯 한 봉지 사버린 밤빵..
이때부터였을까 우리의 탄수화물 파티가 시작된게.
공주에서 먹은 밤something 중 이게 제일 맛있었다.


마곡사 올라가는 길!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 향기가 마스크를 뚫고 전해졌다.

스님들이 직접 담그시는 장들인가보다. 가까이 가서 보니 무슨 특허받은 뚜껑으로 알뜰살뜰 덮어놓으셨더라. 어딘가 생활감이 느껴져서 더 좋았던 마곡사. 숲과 천이 둘러싸고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국내 여행에서 쌈밥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식당 바로 옆에 밤 베이커리가 있어서 밤파이 한 알 사왔다.
다른 사람들은 막 박스채로 사가더라.

오일장 구경하고 방울토마토 한 바구니랑 떡도 사왔다.
저 부자떡집의 헤이즐넛 커피설기(?)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또 사러 갔더니 장날인가 주말인가에만 판매하신다고...
저거 때문이라도 공주에 또 가고싶다.


우리만의 세계에 푹 빠져서 구경했던 국립공주박물관.
단정한 그릇들은 우리집 그릇장에 가져다놓고 싶었다.



부여로 넘어왔다. 우리가 묵은 황토집 숙소


남편의 관심을 갈구하는 다래
앞발로 자꾸 기어올라서 바지가 다 더러워졌지만 괜찮아....
고양이들의 엄마 세모가 곁을 내주었다 ㅠㅠ
코순이
순심이
이름은 모르지만 닭 가족들...


숙소에는 동물 친구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사장님이 알려주신 루트로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비가 촉촉하게 내린 숲길은 초록향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역시나 여기에도 아카시아가 만개해 있었고.. 한시간쯤 걸었나. 행복했던 아침 산책길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신 빵과 떡 스콘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찻집으로도 운영되는 곳.


정림사지도 예의상 다녀왔다. 여기서부터는 너무 추워서 별다른 감상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저 정림사지 바로 옆에 붙어있던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기억에 남을 뿐. 대전 은행동 지하상가와 안양 일번가랑 가까운 곳에서 학창시절은 보낸 나로서는 이렇게 역사 유적 가까이 매일 등교하는 학창시절이란 어떤걸까 부럽고 궁금해졌다.

“관광객이 줄서서 먹는 맛집”은 대체로 맛있다.
아마 줄을 서지 않아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부자떡집에서 사온 알밤 모찌랑 방울토마토 남은걸 이고지고 서울로 왔다.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인지 저녁 생각이 안나서 요걸로 대충 저녁을 해결했다. 하지만 다 먹고 나니 또다시 그리워지는 헤이즐넛 설기...

반드시 공주에 다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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