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물티슈로 책상과 창틀을 닦고, 맥을 켜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온다. 아침 커피는 드립백을 내려마시거나 집에서 모카포트에 끓여온 커피에 뜨거운 물을 섞어서 준비하거나. 8시 30분에 출근하는 나 포함 셋은 아침 식사에 진심인 편인데 나는 냉동실에서 꺼내와 출근길에 말랑해진 떡을 먹거나 집에서 깎아온 사과를 먹거나, 모닝빵에 감자나 단호박 샐러드를 발라오기도 하고 요즘에는 전날 밤에 오트밀 40그람에 오트밀크 120그람 (쓰고보니 오트오트네.. 두유로 바꿔야겠다) 에 잘게 썬 사과를 찹찹 올리고 꿀 작은 한 스푼을 휙 두른,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먹는다. 이게 너무 맛있어서 빨리 출근하고 싶어질 정도랄까.. 내 구석진 자리에서 야무지게 아침을 먹으며 메일함에 들어온 뉴스레터를 쭉 읽고, 8시 30분 출근조와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아. 이젠 오늘의 nba 경기 일정을 확인하는 루틴도 생겼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하루의 절반을 지하철과 사무실에서 보내는 패턴에 천천히 적응하는 중이다. 그 시간이 아까우니 재택근무 시절이 좋았다 프리랜서가 최고다 하는 말은 아니다. 프리랜서로도 재택근무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본 나는 저렇게 사무실에서 보내는 무용한 시간을 좋아한다는걸 이제야 깨달았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 물리적인 한 공간에서 9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도 뭐.. 나쁘진 않다. 굳이 30분 일찍 시간을 더 내서, 집이 아닌 1평 남짓한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아침 루틴을 지키고 딴 생각을 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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