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회색 회색 배경에 달걀후라이 네 알. 이 그림이 유달리 귀여워 보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회색 반팔티를 입고 구운 달걀을 먹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이 떠올랐다(내가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발견하는 부엌 풍경이기도 하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둘째치고 나는 이 그림에서도 귀여움을 발견하는 능력을 지녔지. 관객 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전선이나 껍질을 깨다가 살짝 건드린 듯 흐트러진 4사분면의 달걀노른자 같은. 호기심이 생겨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본 뒤에야 그녀의 스타일이 ‘귀여움’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그녀가 즐겨 쓰는 회색이 좋았다. 그녀가 주로 다룬 소재인 자연 -예를 들면 윤슬, 밤하늘, 거미줄 등-에 쓰인 회색은 음울하다기보단 차분하다. 아니 ‘원래부터 회색이었다’라는 .. 더보기 family date from ♥️ to 🧡 더보기 크리스마스 in 광화문 시한부 홈리스가 된 우리의 크리스마스 데이트. 더보기 어떤 토요일 고단한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바디 크림을 듬뿍 바르고, 찬 바람에 성이 난 두 뺨 위에 팩을 붙이고, 땡땡해진 종아리에 휴족시간을 붙이고, 뜨거운 물 담은 주머니를 끌어안고 이불 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도 어째 불편했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내 상식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 공포와 무기력이 고개를 든다. 더보기 2024년의 깊이 올해가 작년과 비슷하기를 바라며 시작하는 새해는 정말 오랜만이다. 어쩌면 처음일지도? 요 몇 주 간 다이어리를 펼치고 새해 결심 비슷한 것을 적어 내려가려다가 곧 포기했다. 새로운 것을 기웃거리기보다는 내 안에 이미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야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꽤 오래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교양이란 내 머릿속 도서관에 꽂힌 각각의 책 속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 문장이 내내 약간의 부채 의식처럼 한편에 남아있었다. 어디서 본 것,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하는 시늉만 해본 것은 많지만, 깊게 그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 계속해서 눈길이 가고 마음이 머무는 몇 가지 관심사를 차분히.. 더보기 2023년의 스텝밀 일년 넘게 수프 가게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다.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 다섯 시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고독한 프리랜서에게 소중한 리프레시가 된다. 피크 타임 때는 한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바쁘지만 촘촘하게 붙어있던 빌지를 다 해결하고 나면 소소한 성취감도 들지. 오픈 직전 사이드로 판매하는 작은 치아바타 빵을 따뜻하게 토스트해서 여러 소스와 채소를 조합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건 나의 소중한 루틴이다. 아침을 먹어야 일할 수 있는 서른 중반 이모님의 수프가게 스텝밀 모음 더보기 30분 일찍 출근하면 할 수 있는 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물티슈로 책상과 창틀을 닦고, 맥을 켜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온다. 아침 커피는 드립백을 내려마시거나 집에서 모카포트에 끓여온 커피에 뜨거운 물을 섞어서 준비하거나. 8시 30분에 출근하는 나 포함 셋은 아침 식사에 진심인 편인데 나는 냉동실에서 꺼내와 출근길에 말랑해진 떡을 먹거나 집에서 깎아온 사과를 먹거나, 모닝빵에 감자나 단호박 샐러드를 발라오기도 하고 요즘에는 전날 밤에 오트밀 40그람에 오트밀크 120그람 (쓰고보니 오트오트네.. 두유로 바꿔야겠다) 에 잘게 썬 사과를 찹찹 올리고 꿀 작은 한 스푼을 휙 두른,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먹는다. 이게 너무 맛있어서 빨리 출근하고 싶어질 정도랄까.. 내 구석진 자리에서 야무지.. 더보기 여름 1/2 여름의 절반이 지났다. 덥고 꿉꿉하지만 이 계절에만 보고 먹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색과 맛과 감상을 소중하게 붙들고 싶어졌다. 요즘 다롱과 나는 하루에 두 번 우리 아파트 벤치에서 시간을 보낸다. 다롱이가 누워서 그루밍을 하는 동안 나는 그 옆에 앉아 집에서 가져온 차가운 커피도 마시고 남편이나 친구를 기다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벤치가 아롱다롱의 주 활동영역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서 (그래봤자 한 20m..) 그런지 절대 혼자 오는 법이 없고 반드시 내가 있어야 여기까지 온다. 나를 주차장에서 만나면 야옹야옹 거리면서 저쪽으로 가자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마음에 들었던거겠지? 희한하게 여기 앉아있으면 덥지도 않아. 우리동네 능소화 스팟 - 위에는 운.. 더보기 어느 주말 - 2022년 4월 네번째 모아놓고 보니 왜 쪘는지 알겠구나 무엇보다 이번 주말은 nba 플레이오프로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업셋은 흥미롭지만 그래도 멤피스는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미네소타가 진심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도 멋있어서 둘 다 응원하게 된다. 에이스가 꼭 필요한가 싶다가도 (댈러스) 에이스 하나로는 역부족인 것도 같고 (덴버.. ㅜㅜ) 팀의 메커니즘, 리더의 중요성, 실력보다 무서운게 운인가 싶다가도 결국 실력으로 귀결되는 결과론까지 - 플옵은 늘 재밌고 흥미진진해 더보기 오후 반차 화요일 마크로비오틱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눈앞에 미토콘드리아같은 별이 보이고 식은 땀이 나고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나서야 내가 요 며칠동안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걸 알았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의자에 앉아 남은 수업을 듣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주말을 반나절 일찍 시작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금요일 오후 반차를 썼다. 마무리 되지 않은 일이 있어 연차는 못 쓰고 소심하게 반차만..🤷🏻♀️ 오전 근무만 하더라도 커피는 마셔야지. 요즘은 머그잔 말고 아끼는 빈티지잔에 마시고 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로그아웃. 운카페 사장님이 예매권을 챙겨주셔서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명동 가는김에 신세계 식품관.. 더보기 가구쇼핑 가구 쇼핑이 실제 결제까지 이어지는건, 나의(우리의) 경우에는 이랬다. 1. 가구에 공간이 맞춰지는 경우 : 거실 원형테이블과 그릇장 1-1) 가구에 가구가 맞춰지는 경우 : 테이블 의자들 2. 공간에 가구가 맞춰지는 경우 : 침대. 킹 사이즈 매트리스를 두면서도 안방이 넓어보였으면 해서 저상 파운데이션을 구매했다. 아주아주 만족 중 3. 공간에 가구가 맞춰지지만, 구매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 : 로비체어 (1년을 고민했다...!) 4. 무턱대고 샀는데 공간에 어울리는 경우 : 회색체크의 라운지체어. 거실에 두다가 안방으로 옮겼는데 거기서도 잘 쓰이고 있다 5. 좀처럼 꼭 맞는걸 찾을 수가 없는 경우 : 주문제작! 그리하여 나는 이 집에서 총 네 가지의 큼지막한 가구를 주문제작했다. 1) 주방 싱크대 높.. 더보기 pm 7:55 결혼하기 전에는 퇴근하고 다섯시 반쯤 집에 와서 일찌감치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엄마랑 티비를 보거나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책을 봤다. 그러면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밤 열시쯤 전화를 했고.. 그래서 엄마는 남편을 열시의 남자라고 불렀다. 열시의 남자와 한두 시간쯤 통화를 하다가 잠들고, 새벽 여섯시 오십분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그런 일상. 너무 평범해서 기록할 것도 없던 그 일상이 혼자 집에 있는 지금은 좀 그립다. 엄마가 종종 끓여주던 배춧국을 만들어먹어서 그런가. 열시의 남자가 야근하느라 늦는다. 그래서 여섯시쯤 먼저 저녁을 차려먹고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거실 테이블에 앉았다. 이 시간에 혼자 집에 있는게 오랜만이라 넷플릭스 대신 음악 틀어놓고 뭐라도 이 시간을 채운다. 어..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