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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chen

사부작




모처럼 마감도 없고 미팅도 없는 평일은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에어컨 없는 한여름의 우리 집에서 몸을 움직여도 땀이 나지 않는 시간.
세탁기 청소기 돌리고 불 쓰는 부엌일을 한다. 토마토는 무수분으로 푹 익히고 레몬도 전처리해 두기.


요 몇 주 더워서, 바빠서, 또는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집에서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부쩍 친구들과의 약속도 많았고 위워크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한 탓도 있지. 바쁜 하루를 보낸 날에도 밤에 잠들기 전이면 어딘가 허전했는데 그건 아마 집에서 사부작거리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별 것 아닌 이 사부작거림이 이렇게나 소중한 줄 몰랐네. 냉장고에 시든 채소가 없고, 유제품은 유통기한 지나기 전에 다 먹고, 우리가 좋아하는 채소와 과일들이 제때제때 채워지고, 원두가 똑 떨어지면 바로 사러 갈 수 있는 씀씀이. 딱 그 정도의 여유가 내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