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ay out

호텔 클라스카의 아침식사




"밖에는 비가 내렸다." 고어 비달은 그런 문장을 쓰는 사람을 경멸했다. '안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잘못된 놀라움이나 안도감을 품게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 클라크에서는 바깥뿐 아니라 건물 안에도 비가 내렸다. 계란이 흘러내린 나의 음식 접시에 물이 고여 있었다. 토스트에도 빗물이 떨어지고, 계란이 묻은 해시드 포테이토도 축축해져 있었다. 그걸 보고 있는데 빗줄기가 세지더니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울었다. 그냥 훌쩍인 게 아니었다. 눈물이 빗줄기처럼 흘러내렸다.
-안에 내리는 비, 제프 다이어




여행 마지막 날의 비 오는 아침, 몇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나는 오믈렛이 들어간 메뉴를 룸서비스로 주문했다. 일본의 아침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촉촉한 오믈렛에 소시지, 두툼한 베이컨, 크로와상과 하드롤, 바게트 같은 빵에 마실 것도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저게 자그만치 일인분. 밖은 저리 축축한데 뽀송한 카펫 위에 앉아 남이 차려준 아침을 먹으니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프 다이어의 에세이집을 마저 읽는데 저 대목에서 그날의 아침식사가 떠올랐다. 좋은 의미에서.


'stay ou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틀랜드와 시애틀  (0) 2020.01.10
남해  (0) 2019.12.01
7월의 부산  (0) 2018.07.16
4월의 호치민 3  (1) 2018.04.24
도쿄 여행 중 데려온 종이들  (1) 201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