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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내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누군가에게 태그되어 혹은 누군가를 태그하며 이 사람과 어디서 무엇을 먹었음. 나는 이 노래를 듣고 있음. 나는 이 영화를 보았음. 어제 술먹어서 지금 힘듦. 어쩌구저쩌구.

내가 듣고 보고 가고 먹고 마신 것을 기록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 문제는 그 기록이 누구를 향해 있냐는 것. 나 자신인지, 아니면 나를 이렇게 보아주었으면 하는 특정 다수인지.

가장 솔직하게 일상을 기록했던건 2011년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만들었던 미투데이 계정이다. 내 주위 누구도 그 존재를 알지못했던 비밀스런 대나무숲에 나는 누군가를 향한 욕도 쓰고 허세도 부리고 헷갈리는 마음들을 기록해나갔다. 그런 미투데이가 내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네. 그럼 데이터로 저장된 나의 날들도 함께 없어지는걸까.

지난 목요일 새벽 술취해서 핸드폰을 잃어버리고서는 택시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되기까지 그 7시간 남짓동안 참으로 허망했었다. 기록이라는건 기록이 남아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기록에 의존할 수록 기억은 희미해진다. 미투데이가 없어지고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나의 지난 날들은 테오도르의 사만다처럼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기록을 안하면 기억이 안나고
기록을 하면 기억을 안하니
그것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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