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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12






옷 입기 싫다는 조카 앞에서 종이 토끼를 두 마리나 접고 온갖 아양을 떨어 겨우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엔 좋아하는 동네 카페의 라떼를 사왔다. 바나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미네소타의 마지막 경기를 보았다. 연장까지 가는 덕에 점심시간이 되었고 엄마랑 볶음밥을 해먹었다. 방에 들어와 가만히 달력을 보니 조만간 바빠지겠구나 싶어서 최선을 다해 누워있었다.

출근 길에는 벌써 가게에 와있다는 은정 언니 문자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햄 대신 치즈를 껴넣은 바게트를 야무지게 먹고 있었다. 부재 중 전화가 와있어서 콜백을 했더니 경구가 가게에 왔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점심까지 먹고 왔다는 애한테 샌드위치랑 빵을 잔뜩 팔았다. 일을 하는 와중에 채소를 씻고 소스를 만들고 매니저오빠가 만들어준 스튜를 두접시나 먹고 기다렸던 챔피언 결정전 3차전을 봤다. 일방적인 경기가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연장까지 갔고, 끝내 별로 이기지 않았으면 했던 팀이 20점차를 뒤집으며 이겼다. 농구나 야구나 결국 잘하는 놈이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10개월간 함께 했던 매니저오빠와 하이파이브로 작별을 하고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랐다. 달래의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조카와 페이스톡을 한참 했다. 넷플릭스 리모콘을 겨우 찾아 프렌즈 시즌 1을 틀어놓고 보는둥 마는둥 하다가 침대로 왔다. 사장님이 두고 가신 머리맡의 책을 읽고 있는데 달래가 내 다리를 꾹꾹 누르고 옆에 종이 상자로 가더니 구깃구깃 몸을 채웠다. 전기장판은 따뜻하고 책은 은근하다.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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