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는 휴대폰 메모장을 켜고 다음주 저녁 메뉴 리스트를 적어본다. 남편한테 먹고 싶은걸 물어보거나 요리책 뒤적거리면서 솥밥과 현미밥, 국과 찌개 위주로 메뉴를 짜고 일주일쯤 먹을 분량의 밑반찬도 매주 고민하... 지만 시장 가서 눈에 꽂히는 식재료가 있으면 식단표고 뭐고 필요없지. 그런 연유로 요 몇 주 동안은 우엉 냉이 참나물 꽈리고추를 참 많이 먹었다.

두부를 구워서 채소랑 땅콩버터 소스에 볶았다. 명란밥이랑 몇가지 밑반찬도. (우엉조림 1)

꽈리고추를 좋아해서 어묵조림에도 넣고 장조림에도 왕창 넣었다. 꽈리고추를 전분 밀가루 살짝 묻혀 쪄낸다음에 간장양념에 버무리면 정말 맛있다. (우엉조림 2)

가지밥이랑 배추전이랑 미역국. 매일매일 먹을 수 있는 메뉴 (우엉조림 3)

소고기 국거리 사면 하루는 미역국 다음날은 소고기뭇국 끓이는건 이쯤되면 버릇이다 (우엉조림 4)

동글동글 구운 팽이버섯전은 남편의 최애

대보름에 먹고 남은 건나물은 살짝 불렸다가 솥밥 지을 때 넣어봤는데 맛있었다. 특히 건호박은 어쩜 그렇게 달큰할 수가 있는지 (이번엔 우엉잡채)

엄마가 나눠준 된장이 정말 맛있다. 멸치육수에 애호박 두부 표고 무 넣고 된장 풀어서 푹 끓였다. 참나물 무침 넣고 만든 달걀말이도 참 맛있었지 (우엉조림 5ㅋㅋ)

커리 만들 땐 보통 코코넛밀크를 넣는데 이번엔 삶은 컬리플라워를 갈아서 퓨레를 만들어 넣어봤다. 훨씬 담백하다.


이것은 컬리플라워 그라탕. 밀가루 버터 우유로 루를 만들고 컬리플라워를 폭 익혔다가 갈아서 만든다. 감자로 만드는 것보다 고급진 맛.

굴이랑 멍게가 우리집에 왔다. 엄마에게 난 절대 안먹어 했지만 박서방 먹으라면서 굳이굳이 가져다주셨지.. 멍게는 레몬즙 올리브오일 등등에 버무려 세비체 비슷하게 만들어봤고, 생굴은 도저히 못먹겠어서 일단 굴전을 부쳐봤다. 그리고 알게된 것 두 가지 : 1. 빵가루까지 묻혀서 구우면 훨씬 맛있다 2. 굴은 생각보다 오래 익혀야 맛있다..

남은 멍게는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 빼고 고추가루 양념에 버무려봤다. 쪽파를 듬뿍 넣은게 좋았다. 멍게가 원래 이렇게 향긋한 식재료였나.. 엄마한테 그렇게~~ 안먹는다고~~ 해놓고 다 먹고나니 아쉬워서 따로 주문을 해야하나 고민 중..

어느 날 아침엔 시래기랑 어묵볶음 넣고 김밥을 말았다.


남편이 만들어 준 단호박스프. 남편의 요리 자신감이 +1 상승하였습니다


굴 절반은 냉동 시켰다가 파스타 만들어 먹었다. 링귀네 면이 부족해서 까사레체랑 반반씩 섞었다. 버터에 마늘이랑 고수줄기 다진 것 페퍼론치노 볶다가 굴 넣고 화이트와인 플람베, 굴소스랑 피쉬소스로 간하고 삶은 파스타 넣고 잘 버무려주면 완성. 아 정말 맛있었다. 소스 넉넉히 해서 바게트빵으로 싹싹 훑어먹었네. 여전히 굴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한 가지 더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