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로 두문불출했던 1월의 기록~

엄마가 구운 마들렌을 먹은 박 사위가 맛있다고 극찬을 하자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한 봉지씩 구워주신다. 그리고 실제로 맛있음! 거짓말 살짝 보태면 메종ㅇㅇ것보다 맛있..... 집에 있던 삼십년은 더 된 마들렌 틀을 꺼내 유튜브를 보며 마들렌 반죽을 했을 엄마를 상상하면 귀엽다.


이번 달은 이 작고 소중한 부엌에서 밑반찬을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더랬지

커플 손님이 다녀간 날. 주식, 부동산, 결혼 등 삼십대 토크를 한참했다.

이번 달 유일하게 만난 친구인 아라언니. 집으로 초대해 라자냐를 대접했다.
언니는 가방에서 원두랑 커리파우더랑 언니가 구운 빵이랑 케이크랑 딸기랑.. 뭔가를 자꾸 꺼내줬다. 내가 초대해놓고 받은게 더 많아 고마웠던 날

1월의 외식 1
엑셀을 많이 들여다본 날 저녁엔 조이떡볶이가 땡긴다. 고독한 재택근무자는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렸다가 같이 가서 먹었다. 오래오래 장사해주세요

1월의 외식 2
서촌으로 이사간 벨라또띠아를 찾았다. 동네에 있을 때 정말 좋아하는 곳이어서 부모님 모시고도 갔던 곳. 오랜만에 갔는데 사장님이 우리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했다. 여전히 맛있고!

1월의 외식 3
서른넷.. 버거를 먹으면서도 된장국에 밥 말아먹고 싶어지는 나이

1월의 외식 4
우리가 제일 사랑하는 동네 국수집
(사진없음)
1월의 외식 5
엄마아빠랑 같이 간 평양냉면집

1월의 외식 6
1월의 마지막날은 우리의 소소한 기념일이라 추억이 많은 을지로에서 데이트를 했다. 녁 해산물 파스타랑 뇨끼가 참말로 맛있네


악스트에 실린 김현우 번역가님의 글에서 소개한 소설의 제목이 낯이 익어 떠올려보니 오래전 사두고 까맣게 잊어버린 책이었다. 속독 하는 편이지만 이 책은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느라 몇개월에 걸쳐 천천히 읽고 있다.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해도 사라지지 않는 심연의 고독같은게 이런걸까 생각한다.



파키라라는 식물을 데려와 공주라고 이름을 지었다. 창가에 두고 환기시켰다가 차가운 공기에 노랗게 변한 이파리는 눈물을 머금고 떼어냈지.. 난 식물은 영 못키우는건가 체념하면서 물 주고 싶어고 꾹 참고 (건조한거보다 습기에 약하다길래) 잎에 분무만 자주 해줬더니 새순이 뻗었다. 이른바 공주의 공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와인은 다 맛있지만 저 남아공 와이너리의 로제는 특히 맛있었다. 다른 품종도 먹어보고 싶은데 솔드아웃이라 다음달을 기약했다. 점심에 한 잔씩 마시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큰일이야




아롱이(얼룩)가 다롱이(하양)보다 서열이 낮아 구박받고 잡혀산다고 생각했는데, 다롱이가 몸이 좀 안좋아보이던 어느 날 아롱이가 그 어느때보다 민첩하게 다롱이 곁을 지켜주는걸 봤다(내멋대로 해석). 이 둘의 우정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


눈이 많이 온 날에는 남편이랑 나가서 쪼끄만 눈사람도 만들었지

결혼준비를 막 시작했던 작년 이맘때쯤, 점심 회식을 하고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로 은행에 가서 통장에 쌓여있던 (내 기준) 적지 않은 돈을 남편의 계좌로 싹 보냈다. 왠지 모를 헛헛한 마음과 새로운 출발의 설렘이 뒤섞인 감정에 퇴근길 올라이트에 들러 구입했던 다이어리. 1/4 다이어리를 리필해서 올해도 어김없이 쓴다.

월급날 가계부 정리하는 남편.. 돈 많이많이 불려주세요

와이프는 전염병 초기거든요


저녁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 점심은 부실하게 떼운다. 주로 요런 달달한 밀가루 설탕 버터 덩어리로 대체하는 중.. 남편한테 잔소리 들어도 디저트는 정말 끊을 수가 없다. 먼데인베이크샵 빅토리아 케이크 정말 맛있다.

1월의 마지막 날엔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소울을 봤다. 나오는 길엔 큼지막한 페퍼로니 피자가 먹고싶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짜파게티를 사왔다. 왕년에 짜파게티 장사했던 사람으로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남편에게 보여줬지. 그렇게 늦은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좀 별로였는데 (피자를 못먹어서 그런가) 자기 전엔 기분이 나아졌다. 매 순간을 즐기라고 명문화된 대사로 메시지를 전하는 픽사는 역시 나랑 잘 안맞는다.